1만 1천 권의 조선 _ 김인숙
우리나라에 대해 (아주 일부라도) 적은 서양 고서들을 정리해 쓴 산문.
서양인들이 '동쪽 끝 미지의 나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수많은 오해와 거짓, 그리고 욕망과 침탈.
아래는 '모든 것이 반대인 나라'를 사랑한 로제타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 여사의 편지 일부. 여사의 편지 이후 130여 년만에, 방향을 말하는 순서(동서남북)만 남겨놓고, 우리나라는 몽땅 여사의 원래 나라와 같아졌다.
이 나라는 모든 것이 서양과 반대인 것 같아요. 길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우리는 오른편으로 비켜서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왼편으로 비켜서요. 우리는 상대방 사람의 손을 잡고 악수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자기 손을 맞잡고 인사한답니다. 우리는 장례식 때 검은색 모자를 쓰지만, 여기에서는 그대로 쓰고 있어요. 서양 집은 대체로 문을 밀거나 당겨서 여닫고 창문은 옆을 밀어 여닫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 반대에요. 글을 읽거나 쓸 때도 우리는 왼편에서, 이 사람들은 오른쪽에서 써나가요. 책에 주해를 달 때 우리는 페이지의 아래에 쓰지만 이들은 맨 위쪽에 쓰고요. 방향을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북동남서의 순으로, 이들은 동서남북의 순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들은 대단한 칭찬으로 여긴답니다!
"인류를 위해 봉사하려거든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곳으로 가서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하라."
가슴을 뛰게 한 이 말 때문에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곳' 조선에 와서 조선의 약한 자들을 위해 사신 분, 로제타 홀 여사에 대한 (읽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연도별 요약.
• 1889년 : 세계 최초 여자의과대학인 펜실베니아 여자의과대학 졸업 (의사가 됨)
• 그해 크리스마스 : 윌리엄 제임스 홀(William James Hall, 1860~1894)이 청혼함 (북감리교 여성 해외 선교회의 5년 독신 서약 때문에 결혼을 미룸)
• 1890년 10월 : 제물포항 입항. 이후 조선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보구녀관(現 이화여대 의과대학 전신)에서 이화학당 학생 5명에게 의학을 가르침 (그 중 한 명은 통역을 맡은 14세 소녀 김점동. 이후 한국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가 됨)
• 1891년 12월 : 청혼했던 여인을 따라서 제임스 홀 조선 입국 (7개월 후 독신 서약 깨고 서울에서 결혼)
• 1892년 9월 : 남편 제임스 홀, 결혼 3개월만에 감리교 연찬 선교회 결정에 따라 평양으로 발령 (부부 생이별)
• 1893년 11월 : 아들 셔우드 홀(Sherwood Hall, 1893~1991) 출생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서양인)
• 1894년 11월 : 발진티부스로 남편 제임스 홀 사망(34세. 결혼한 지 2년 5개월).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힘
• 남편 사망 후 : 안식년을 맞아 아들 셔우드, 김점동(박에스더) 부부와 함께 渡美
• 1895년 1월 : 딸 마거릿 홀(Margarat Hall, 1895~1898) 출생
• 1897년 11월 : 남매를 데리고 조선 재입국 <사진>
• 1898년 5월 : 딸 마거릿, 이질로 사망
• 1달 후 : 평양에 여성 전용병원 '광혜여원' 개원
• 이후 : 안식년 기간 중 배운 점자법을 토대로 한글점자 교재 개발. 평양여맹학교를 설립(1905년)하고 한국 최초 특수교육 시작
• 1928년 :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現 고려대 의과대학 전신)와 인천간호전문보건대학 설립
• 1933년 10월 : 43년 동안의 의료 봉사 마치고 귀향
• 1951년 4월 : 사망. 남편과 함께 양화진에 묻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