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이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책. 루스 베네딕트(Ruth Fulton Benedict, 1887~1948)의 <국화와 칼>과는 또 다른 통찰이 있다.
일본의 역사를 훑음으로써 서양인의 눈에 아름답게 비친 군국주의 이전의 일본과, 우리 기억에 남은 군국주의 일본이 달라도 너무 다름을 새삼 알게 된다.
군주가 당한 모욕을 젊은이가 복수하고는 기꺼이 스스로의 배를 가른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농민에게 기괴하고 불효스럽게 느껴졌다. 젊은이는 모름지기 쓰러질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 아버지에게 효도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무라이 정신 자체도 에도 시대에 이미 풍자의 대상이 될 정도로 화석화되었다.. 그러나 일본이 갑자기 외부로부터의 군사 위협과 국내의 격화된 자유민권운동에 직면하자, 사무라이 가치는 에도 시대 박물관으로부터 꺼내져서 단지 근대화된 군대만이 아닌 군국주의 사회 전체에 필요한 가치로 재포장되었다.
삶의 모든 부분이 군사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들은 프로이센 사관생도 제복처럼 생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다.. 천황 자신도 군사적 존재로서 재포장되었다..
이것은 의도된 정치적 계산이었다.
'책 그리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거벗은 세계사: 인물편 _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2) | 2024.02.06 |
---|---|
어떤 선택의 재검토 _ 말콤 글래드웰 (0) | 2024.01.31 |
이순신의 바다 _ 황현필 (1) | 2024.01.25 |
친일파 열전 _ 박시백 (0) | 2024.01.24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_ 김지수 (2) | 2024.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