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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_ 김지수 어령 형님! 형님께서는 아주 아주 큰 어른이시지만, 억겁의 시간을 탐구하는 분께서 40년도 안 되는 출생의 시차를 가지고 노여워하시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불러 봅니다. ('선생님'은 진부하고, '스승님'은 간지러워서..) '물고기가 사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상태가 죽음'이라는 이야기로 '죽음이 무엇인지 전해줄 수 없다'고 하신 주장(303p)은 역시 신선했습니다. 매일밤 이어지는 '죽음과의 팔씨름'(22p) 이야기도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형님께 딴지 하나를 걸려고 합니다. 형님은 스스로를 '꺼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다(39p) 하시면서 '내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셨죠.(38p) 그러면서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1819)와 관련된 경험을 말씀하.. 2024. 1. 22.
아버지의 해방일지 _ 정지아 모처럼 '한국소설의 맛'을 흠뻑 느꼈다.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한 사투리와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은 인물 묘사만으로도 넘치는데, 곳곳에 꾸욱꾸욱 눌려담은 작가의 생각들이 넘실댄다. (아래는 그 중 하나) 좋은 책이다.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 못 참는 사람이다. 2024. 1. 19.
82년생 김지영 _ 조남주 강하다기보다 잔잔한. 부자연스러워서 익숙한. 엄청난 이슈가 됐던 소설 . 아래 문단이 남았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 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타인의 노력이나 상처를 작게 보아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가 누구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크기가 얼만큼이든. 참, 불혹을 지난 김지영 씨. 더이상 흔들리.. 2024. 1. 18.
거룩하신 하나님 주께 감사드리세 (Give Thanks) 이 찬양은 돈 모엔(Don Moen, 1950~)의 1986년 첫 앨범, 의 타이틀 곡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모엔이 이 곡을 썼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무명의 작곡가 헨리 스미스(Henry Smith, 1952~)의 1978년 작품입니다. 여기, 영화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미스는 대학 졸업 후 구직에 어려움을 겪던 중 퇴행성 질환으로 실명까지 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예수께서 다른 이들을 부요(rich)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자신이 가난(pool)하게 되셨는지'에 대한 설교(고후 8:9)를 듣고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썼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 2024. 1. 17.
아마존 웨이 _ 존 로스만 아~주 오래 전, 한~참 선배셨던 모 팀장님 말씀. "나 때 일 잘하는 사람은 손글씨 잘 쓰는 사람이었어. 얼마 후엔 타자 잘 치는 사람이었고. 너희 땐 파워포인트 잘 다루는 사람일거야." 애증의 파워포인트. 뭐든 마찬가지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아마존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회피하고 대신에 산문체의 서면 보고서를 선호하는 것은 깊이 파고드는 조직을 만드는 강제함수에 대한 아주 좋은 사례다.. 산문체의 글은 작성자가 명확성, 우선순위, 책무성을 명확히 드러내게 만들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이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해준다. 반대로, 단순화된 회의의 대명사 파워포인트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조직과 의사결정 과정의 수준이 동반으로 크게 하락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24. 1. 16.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_ 제프리 삭스 '7가지 세계화'를 기준으로 인류의 역사를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특히 초반은)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의 나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의 에서만큼의 깊이를 느끼긴 어렵다. 두 작품을 먼저 읽어서였을 수도 있고, 그저 이 책의 두께가 얇아서일 수도 있다. 구대륙에서 넘어간 (가축이 유발한) 전염병 때문에 신대륙 인구의 90% 가량이 감소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서도 다뤄지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16세기 유럽의 소빙하기가 발생한 원인을 이렇게 해석한다. 결국 작금의 지구온난화와 정반대의 상황. (전염병으로 인한) 급격한 대량의 인구 감소로 농지가 줄어듦 → 숲을 포함한, 식물들이 덮은 땅 증가 → 대기 중 이산화탄소 .. 2024.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