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5 하얼빈 _ 김훈 말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941~1909)를 쏜 안중근(安重根, 1879~1910)이 그랬(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말이란, 그런 것이다. 물론, 자기가 뱉은 말조차 부정하는 자도 있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殺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안중근이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이.. 2023. 12. 29. 예수 사랑하심은 (Jesus Loves Me) 1860년에 발표된 수잔 워너(Susan B. Warner, 1819~1885)의 소설 의 한 장면입니다.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소년이, 문병 온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제자는 그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나는데.. 이 소설 속 노래 가사에 수잔의 동생인 안나 워너(Anna B. Warner, 1827~1915)가 곡을 붙였습니다. 여기에 윌리엄 브래드버리(W. B. Bradbury, 1816-1868)가 후렴 부분을 추가한 것이 바로 이 찬송입니다. 1894년 우리 찬송가에 처음 실린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널리 애창되고 있습니다.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소설 속 이야기의 키워드는 '어린이'와 '죽음'입니다. '어린이' 보다 '죽음'의 비중.. 2023. 12. 28. 열두 발자국 _ 정재승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정재승(1972~) 교수의 12가지 강연을 엮은 책. 아래는 그 중 내 아이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부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신중함이나 경솔함과는 사실 큰 관계가 없어요. 잘하는 것만 해왔던 아이들은 칭찬에 민감하고 인정욕구가 강합니다. 그래서 칭찬받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안하는 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보다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느냐, 혹은 내 맘에 드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인 사람들은 실패할 것 같더라도 그것을 선택합니다. 판단기준이 '타인의 인정 혹은 칭찬'이라면, 성격이 신중한가 경솔한가와 상관없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습니다. 세상은 점점 예측 불가능하고 인생은 늘 불확실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잘하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 2023. 12. 27. 메트로폴리스 _ 벤 윌슨 여러 도시들에 대한 언급을 통해서 결국엔 인류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많은 도시 이야기 중에 '역사는 퇴보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인식을 통렬히 깨부수는 사례 하나. (일종의 경각심?) 인더스 강 유역의 도시들을 세운 사람들은 하수처리 문제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 기원전 제3천년기 도시들의 모든 가정에는 수세식 변소가 있었다. 4,000여 년이 흐른 뒤인 오늘날 파키스탄의 동일한 지역에서도 모든 가정이 수세식 변소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19세기 유럽의 산업도시도 마찬가지였다. 1850년대 맨체스터의 빈민가 거주자는 100여 명의 이웃들과 함께 공중변소를 써야 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계 최강의 도시인 런던과 파리가 대규모 위생처리 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모헨조다로와 하라파의 각 가정.. 2023. 12. 26.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은 (deus poderoso) 주의 말씀 의지하여 깊은 곳에 그물 던져 오늘 그가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것 보라 주의 말씀 의지하여 믿음으로 그물 던져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함 없네 힘이 느껴지는 이 찬양의 후렴 가사는, 요한복음 21장 3절부터 6절까지의 사건이 배경입니다.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니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너무도 익숙한 이 찬양은, 브라질 여성 찬양사역자 알다 셀리아(Ald.. 2023. 12. 25. 코스모스 _ 칼 세이건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유려한 문장 때문에 깜빡 속을 수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코스모스는 어려운 책이다. 심지어 아주 두껍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읽었(다고 한)다. 놀라운 책이다. "우리는 별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이제는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cosmos는 두렵다. 그럼에도 우리(중 누군가)는 그것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되는데, 칼 세이건은 다름 아닌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놀라운 책이다. 2023. 12. 24.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