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생각32 열두 발자국 _ 정재승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정재승(1972~) 교수의 12가지 강연을 엮은 책. 아래는 그 중 내 아이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부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신중함이나 경솔함과는 사실 큰 관계가 없어요. 잘하는 것만 해왔던 아이들은 칭찬에 민감하고 인정욕구가 강합니다. 그래서 칭찬받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안하는 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보다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느냐, 혹은 내 맘에 드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인 사람들은 실패할 것 같더라도 그것을 선택합니다. 판단기준이 '타인의 인정 혹은 칭찬'이라면, 성격이 신중한가 경솔한가와 상관없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습니다. 세상은 점점 예측 불가능하고 인생은 늘 불확실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잘하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 2023. 12. 27. 메트로폴리스 _ 벤 윌슨 여러 도시들에 대한 언급을 통해서 결국엔 인류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많은 도시 이야기 중에 '역사는 퇴보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인식을 통렬히 깨부수는 사례 하나. (일종의 경각심?) 인더스 강 유역의 도시들을 세운 사람들은 하수처리 문제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 기원전 제3천년기 도시들의 모든 가정에는 수세식 변소가 있었다. 4,000여 년이 흐른 뒤인 오늘날 파키스탄의 동일한 지역에서도 모든 가정이 수세식 변소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19세기 유럽의 산업도시도 마찬가지였다. 1850년대 맨체스터의 빈민가 거주자는 100여 명의 이웃들과 함께 공중변소를 써야 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계 최강의 도시인 런던과 파리가 대규모 위생처리 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모헨조다로와 하라파의 각 가정.. 2023. 12. 26. 코스모스 _ 칼 세이건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유려한 문장 때문에 깜빡 속을 수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코스모스는 어려운 책이다. 심지어 아주 두껍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읽었(다고 한)다. 놀라운 책이다. "우리는 별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이제는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cosmos는 두렵다. 그럼에도 우리(중 누군가)는 그것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되는데, 칼 세이건은 다름 아닌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놀라운 책이다. 2023. 12. 24. 레 미제라블 _ 빅토르 위고 "자베르가 무시무시하기는 했지만, 그에게 비열한 점은 전혀 없었다.. 자베르는.. 연민을 자아낼만큼 불쌍한 사람이었다." 경감 자베르는 억울하다!! 에서 장 발장은 선한 주인공으로, 자베르는 악역의 대명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작을 읽다보면 자베르에 대한 이런 선입견이 걷힌다. 오히려 그를 '순수한 양심을 가진 원칙주의자'로 보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는 자베르를 '불쌍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의미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베르에 대한 애정까지 느껴진다. 혹시라도 차제에 영화든 뮤지컬이든 을 접하게 되면, 자베르의 입장에서 감상해보시길. 아래는 '자베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2023. 12. 22.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_ 제니퍼 라이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관심을 받게 된 책이지만, 2017년에 쓰여서 정작 코로나19는 다루지 않는다. 질병과 죽음을 농담처럼 유쾌하게 다루는 점이 특징인데, 코로나19와 가장 유사하다는 스페인독감 관련한 아래 내용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2,500만에서 1억 명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인구는 약 17억) 이렇게 무지막지한 피해의 배후에는 전쟁(과 언론)이 있었다. 스페인독감은 미국 캔자스에서 최초 발견됐는데, 당시 1차세계대전 참전중이던 미국은 군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모든 것을 봉쇄했다. (여기에는 전염병을 알리는 것도 포함) 미국의 사기진작법에 의하면 사회위험이 될만한 것을 '말하는 것'만으로 20년형까지 가능했다. (영국의 국토방위법은 사형.. 2023. 12. 21. 후불제 민주주의 _ 유시민 빚은 언제 다 갚으려나.. (아직도 지불中) 대한민국 제헌의회는 유럽과 아메리카 민주주의 선진국 헌법을 큰 틀에서 복제하면서 특수한 한국적 현실에 대한 배려를 가미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렇게 해서 인류가 20세기에 도달한 최고의 문명 수준까지 단숨에 올라설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지사들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꾸준히 그 비용을 '후불'했다. 1960년 4.19혁명의 용감한 '형님'과 '언니'들이, 1980년 5.18 당시 전남도청의 시민군 전사들이, 1987년 6월 전국 주요 도시의 거리를 뒤엎었던 익명의 시민들이 엄청난 수고와 희생을 치렀다.. 이 모두가 민주공.. 2023. 12. 20. 이전 1 2 3 4 5 6 다음